나의 이야기

初雪 편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11. 13. 20:37



디지털 세상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 어린 손 편지란
정말 놀랍고 신기하다
문자 메신저가 있고
카톡이 있고
핸드폰도 있는데
자필의 종이 편지라니
놀라운 일이다

18세기로 회귀한 듯싶다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하던 시대가 생각난다
추억이란 아름다워서
밤새 썼다 지웠다 하던
연애편지에 가슴 설레고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이별을 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편지를 받은 날은
밤새도록 읽고 또 읽었다
애타는 그리움이 물씬 묻어있는 사연과
얼룩진 글자들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잊지 못할 시절이었다

편지가 왔다
오래된 사람에게서 안부를 묻는 편지가 왔다
"잘 있나요
저는 잘 있습니다
이제 황혼이네요
곱게 잘 늙어가시길
기원합니다
한 때 환했던 추억을 지금도 가슴에 간직하고 삽니다
여기는 며칠째 계속 눈이 내립니다
세상이 온통 눈 속에 파묻혀 버린 듯합니다
모쪼록 추위에 건강 조심 하십시요ᆢ"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게도 이런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구나

"저도 잘 있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여기저기가 불편해지네요
하지만 그다지 큰 고통이 아니니
동거동락하며 살아야지요
사는 동안 부디 아프지 마시고 평강(平康)하세요
여기는 아직 초설도 안 왔습니다
그곳의 눈이 많이 그립네요
안부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내내 안온(安穩)하시길ᆢ"

사람의 향기가 이리도 진한데
그 많던 우체통은
어디로 자취를 감춰버렸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