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瑞雪, 그 쓸쓸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11. 16. 19:28

눈이 오시네요
서설입니다
까무룩 히 보이는 산간이 쓸쓸합니다
들 까마귀가 전깃줄에 모여 앉아 눈을 맞고 있네요
새들은 춥지 않을까요
눈발을 헤치며 읍내로 들어오는 노란 버스가 정겹네요
산간 마을에는 첫눈이 이르게 옵니다
한 겨울에는 마을이 눈 속에 파묻혀 고립이 되지요
이듬해 봄에나 눈 녹은 길이 트입니다
일주문도 눈발에 희미하게 서 있습니다
산 아래 읍내에도 눈 내리는 날은 고요합니다
육곳간도 정다방도 구룡반점도 조용합니다
자전거 한대가 꼬물꼬물 지나가네요
텃밭에 남은 배추 꼬리와 대파를 뽑아 된장국을 끓입니다
다시마와 멸치육수를 우려 끓입니다
깻잎 장아찌를 꺼내고 알타리 김치를 내어
조반을 차립니다
눈이 쌓입니다
점점 하얀 세상으로 변합니다
이제 군불을 때고 화로를 방으로 들여야겠습니다
화전 마을에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찾아옵니다
오늘 서설(瑞雪)은 온화하지만
왠지 적막하고 쓸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