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절 인연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11. 20. 00:04

기억 저편으로
항아리 계곡이 생각나고
애기봉 가는 길 멧돼지 삼겹살 집도 생각나고
서리 내린 들길 허수아비도 생각난다
세월이란
많은 것을 변하게 해서
오늘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상을 보고 있다
기억도 점점 사라져 간다
그렇게 세월에 잊혀져 간다
우리의 시절 인연은 찰나의 꿈이었던가
정류장에서 피우던 담배 연기처럼 흔적 없이 사라져 가는 인연들
오늘은 동해 쪽으로 바람이 불어 강릉 가는 막차를 탄다
기억을 할 때는 그래도 괜찮다
그마저도 잊혀 버리면 쓸쓸한 사람의 종말
불멸의 생명은 없듯이
죽지 않는 기억도 없다
우린 어떤 인연으로 만나
희미한 기억 속으로 가는가
윤회의 발자국마다
인연은 꼬리를 물고 왔다가 사라져 간다
은비령 천년의 약속처럼 슬픈 전설로 남는다
그렇게 가고 오는 것
우린 잘못한 게 없다
운명은
어떤 절대자의 농간이었음을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