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름 없는 성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12. 23. 08:14

성탄절 카드가 하나
우편함에 들어 있습니다
추억에 일기장에나 있을법한 그런 일 입니다
누가 보냈는지 발신인이 없습니다
옛날 그 시절에 발송한 것이 아닐까요
수십년을 돌아 도착한 성탄카드는 그 시절로 마음을
소환합니다
메신저가 대신해주는 요즘 인사가 익숙해져
이 카드를 받고 조금은 당황스럽고 생경 맞습니다
누군가 곱게 써 내려간 인사말
"올 한 해도 관심 가져주시고 성원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새해에는 댁내에 만복이 깃들고 평안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곱고 여린 필체가 가슴을 훈훈하게 합니다
서재 책상위에 소중하게 세워 둡니다
이 한장의 성탄 카드가 마치 큰 일을 이뤄낸 것처럼 뿌듯합니다
덕분에 한해가 안온했고
새해가 기다려 집니다
됐다
이 카드 한 장으로 세상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