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 10. 09:21



간밤에 눈이 와
뜰 안을 자락 곱게 덮었습니다
대나무 빗자루로 쓸려다
아까워 그냥 놔두기로 했습니다

햇살이 곱게 내리쬐면
자연히 사라질 물상이니까요

까마귀 한마리 감나무 가지에 앉아 털을 고릅니다
깃털 하나 떨어져
눈위에 발자취를 남깁니다

어디선가 풍령소리 들려 옵니다
먼 산기슭으로 산비둘기 울고
다시 또 눈이 옵니다

눈 속의 저 들국화는
추울까요
따듯할까요
눈내리는 먼 들이 점점 더 멀어져 갑니다
세상도 가무룩히 저물고 있습니다

창가에 기대어 그저 먼 눈발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