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해무(海霧)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 17. 11:41

나는 떠났네
가지 말라는 애원을 뒤로하고 떠나왔네
그건 나 만의 욕심, 회피, 오만이었네
도피였네
나를 붙잡았던 마음들을 짓밟고 도망치듯 떠난 내가 옳았을까
자문을 구할 필요도 없이
나는 몹쓸 사람이었네
그렇게 떠나왔네
사랑해선 안될 사랑을 한 죄인이 되고 말았네
이방인처럼 떠나온 길은
해무에 잠긴 바다 같았네
안개 낀 새벽 그렇게 도망치듯 떠나왔네
사랑하는 사람들아
나는 그대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쁜 사람이다
졸렬한 사람이다
나는 떠나올 때 매몰차게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았다
미련 따윈 두지 않겠다고
그리고 나는 안개속에서 홀로 헤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