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大寒에 비가 내린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 20. 19:12




大寒에 겨울비가 내린다
저녁 산책을 나가
카페에서 커피잔을 놓고 앉아있다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바쁘지 않은 忙中閑(망중한)이다

갈 곳 없이 앉아있다
커피는 다 식었다
왜 그 많던 갈 곳이 없어졌을까
내가 잊혀져 사라져 버린 것일까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가서
그곳들은 제 갈길로 가버린 것이다
나만 덩그러니 남아버렸다
분쇄기 돌아가는 소리와 물 끓는 소리
커피 뽑는 소리만 반복적으로 들려온다

절기상 다음은 입춘이다
또다시 봄이 오는가
갈 곳 없는 봄이 온다
나무들은 꽃을 피우겠지만
사람의 봄은 무참할 뿐이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괜찮아ᆢ
大寒에 무심한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