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多佛里에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 24. 09:09



한번 퍼부으면 길이 사라지는 산간 마을
벼랑 밑 암자는 눈 속에 사라졌다

너댓 가구 화전 집들
저녁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신기슭을 오르고
간간히 발자취 없는 산간에 누렁이 짖는 소리가 들린다
멧돼지가 식량 찾아 화전밭으로 내려온 모양이다
심 씨, 허 씨, 이 씨 할배의 바튼 기침 소리도 간혹  들린다

이제 새봄 눈 녹을 때까지 읍내에 내려갈 생각은 접어야 한다
폭설 속에도 마을 어귀 높이 솟은 일주문은 장대하다

산봉우리 화전마을 다불리는 겨울이면 죽은 듯 잠이 들었다가
봄이 되면 되살아난다
꿈틀꿈틀 개구리 해동되듯 깨어나
분홍빛 진달래로 핀다

지금은 눈에 파묻혀
끼니때 굴뚝 연기만 모락모락 보일 뿐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多佛寺 풍령만 추위에 못 이겨
댕그랑거리며 홀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