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깨어지는 것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2. 1. 08:09

깨지지 않으면 그릇이 아니죠
사랑도 깨지잖아요
그러니까 그릇 같은 거죠
예쁘고 달콤하다가도 깨지는 것
기타 소리가 깨지는 듯 들릴 때도 있죠
그땐 이미 감정이 깨져버린 거죠
사람의 마음에 따라
감정은 다르게 움직이는 거니까
사람의 마음은 늘 변하죠
계절이 변해가듯 말이죠
변하지 않으면 지루하고 무료합니다
좋든 싫든 변해야 하는 거죠
그래야 순순히 살아낼 수 있는 겁니다
나도
산산이 깨져가길 원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무막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다시 깨지듯 태어나길 소원합니다
오늘도 머그컵을 깼습니다
양치하다 떨어트린 컵이
타일 바닥에 흩어졌습니다
한참을 바라보며 서 있다가
빙긋이 웃습니다
오늘도 깨졌구나
다른 새 컵을 내놓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또 다른 입맞춤을 합니다
깨지고 나서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마음을 다루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늘 깨져야 새로 태어나는 감정들을 사랑합니다
오늘도 나는 무언가를 쉴 새 없이 깨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