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돈가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3. 15. 00:48

아주 연로하신 노부부와
아들 같은 젊은이가 돈가스를 먹으러 왔다
노부인은 치즈 돈가스
아들은 등심 돈가스
노신사는 생선가스에 우동까지 시키셨다
노부인은 아들 접시에 자기 것을 연신 덜어준다
"왜 자꾸 나를 주세요"
"나는 얼마 못 먹어ᆢ 너 더 먹어"
아기 다루듯 한다
노신사에겐 우동 국물에 돈가스에 나온 밥까지 말아 드시라고 권유 중이다
두 노인 모두 그늘 없는 편안한 표정들 이시다
환담하며 맛있고 즐겁게 드신다
다 드시고 나서 얼른 부인이 일어나 계산을 마친다
아들은 묵묵히 앉아있다
늘상 해오는 버릇 같다
엄마가 아들을 배려하는 행동 같다
두 분은 부유해 보이시고
젊은이는 좀 궁핍해 보이는 듯도 하다
두 분은 돈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아들은 쓸 곳이 많아서 돈이 많이 필요할 때다
오히려 아들은 꼰대 같고
노부부는 MZ세대 같다
요즘은 가족 식사 모임에서 밥 값은 무조건 내가 낸다고 나서는 노인들이 늘어난다고 들었다
젊은이들의 살림살이가 녹록지 않고 힘겹다는 현상이다
중년을 넘기고서도 연로하신 부모밑에서 더부살이하는 젊은 층이 많다니 남의 일 같지 않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