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여우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3. 23. 06:18

내게도 한 때 사랑에 목숨 건 적이 있었다
그 사랑은 지금은 없다
사랑은 소나기 같은 거 였다
지나가는 거
여름 한 복판 뜨거운 폭염처럼 사그러져 지나가는 거니까
세월이 지난 후 회상한다
사랑은 도깨비 비처럼 지나가는 거 였구나
끝까지 그렇게 목숨을 걸었다면
나는 사라지고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비가 그치고 이별이 와서 나머지 목숨을 부지하고 사는게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이 있다
애수, 여수, 애련, 애모
목숨을 건 사랑 이야기가 많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애절한 사랑도
가을이 오면 낙엽처럼 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오히려 아름다운 건지도 모르겠다
소모했던 그 시간들이 아까운 건 아니다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이
사람이 살아가는 삶이니까
지나가는 여정 같은 것이니까
기억 속으로 남아서
그 시절을 추억하는 일이니까
그리 나쁘지는 않다
사랑은 착각 이었다
잠시 머물다간 사랑은
이젠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으니
신기루 같은 허상이었음을 깨닫는다
여우비 같은 것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