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해진 人生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5. 2. 20:54



여행 중 호텔 방에서
뒤꿈치 다 달아버린 양말을 신었다가 친구에게 걸렸다
"야, 너는 양말이 얼마나 한다고
목이 다 늘어지고 해진 양말을 신고 다니냐
내가 양말 한 타스만 사줄까?"

나는 말했다
"야, 집에 새 양말 많아
50 켤레는 있을걸
이 양말은 신고 버리려고 신고 온 거야"
애써 궁색한 변명을 했다

'아끼다 똥 된다'는 소릴 여태 들어오면서도 습성이란 무섭다
틈날 때마다 사놓은 새 양말들은 언제 신고 가려고  낡은 양말들을 못 버리는 건지
나도 이해가 안 간다
이게 다 궁상떠는 걸게다

돌아가신 할머니 반다지에서
딸내미, 손주들이 사다 준
겨울 내복이 잔뜩,
새 옷가지며, 목도리, 양말이 잔뜩이었다
아끼다가 못 입고 못 신고 가셨듯이
그렇게 잘 쟁여놓고 가셨듯이
나도 닮는가

건조대 빨래들 사이에
아직 버리지 못한
낡은 양말 걸려있다
왜 이렇게 궁상을 떠는지
나도 모르겠다

궁상아,
제발 헌 양말 버리고 새 양말 좀 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