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워싱턴 누나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5. 22. 08:48



인종 차별을 받아가며
이민 생활을 했던 누나는 결국
향수병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

워싱턴 디씨는 유난히 흑인이 많았는데
빵 값을 안 내고 도망가는 검둥이들이 너무 많았단다
동양인이 하는 빵집이 만만하고 쉬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조차 흑인 아이들의 시달림이 심해서 학교 가기를 싫어했다
남편을 빼고는 늘 인종 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남편은 청소부여서 그 이하의 하대를 받을 신분이 아니었다

그녀는 떠나온 고향과 가족들이 보고 싶어 수백 번도 더 울었다고 했다
고통스러울 때는 점포를 잠그고 3시간이 넘어야 가는 집까지 무작정 걷고 또 걸어갔다
워싱턴은 지옥과 다름없는 곳이었다
새로운 꿈을 찾아온 곳이 지옥 이었다니

흑인들이 너무 무서워
깜둥이들을 하루라도 안 봤으면 좋겠다던 누나는
모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혼을 결심했다
남편은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정신 병원에 입원했다
한국을 향한 향수가 정신병이 되고 말았다

누나는 어느 해 가을 결국 향수병으로 정신 병원에서 사망했다
인종 차별의 나라 미국에서 동양인으로 산다는 것은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특히 흑인들의 괄시와 멸시가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두 조카들은 성장해서
큰 애는 IT 회사에
작은 애는 FBI에 근무 중이다
부단히 노력하고 적응해서 미국 시민이 됐다

소외된 작은 누나만 낯선 땅에서
외로운 희생양이 됐다
누님 생각만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