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육두문자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6. 3. 07:46



곰탕 한 그릇 먹으러 국밥집에 들어갔는데
앞 테이블에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덩치 큰 사내아이들 대여섯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오늘이 토요일인데 학교가 쉬는 날인지 잘 모르겠다
하긴 오후 다섯  시가 넘었으니 수업이 끝났을 시간이긴 하다

여섯 아이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도대체 밥 먹기가 어지럽다
옛날 같으면 한 소리 하겠지만 요즘 중딩들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무서워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 않은가
한소리 했다가 여섯 녀석들이 한 번에 떼거지로 덤비면 어쩌지 하는 상상을 하면서
꾹 참고 먹는 수밖에

곰탕을 입으로 먹었는지 귀로 먹었는지 대충 먹고 쫓기듯 서둘러 나왔다
한창나이에 여섯이 모였으니 얼마나 힘차고 활기찬가
그러나 나 같은 노땅은 참기 힘든 시간이었다
큰소리로 호통치고 싶었지만 쫄려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힘과 권력만이 제일인 세상에니 노땅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

"야, 이놈들아!
시끄러워서 밥을 못 먹겠다
좀 조용하지 못하겠냐!"
입에서만 뱅뱅 돌던 이 말을
식당을 나와서  괜한 허공에 대고 툴툴댔다
어른도 없고 도덕 윤리도 없고
가정교육도 사라진 세상이 도래했다

이러하니 늙은이들은 일찍 죽는 게 상수다
세상이 모두 다 그렇게 원하고 있으니까

그렇기는 한데
왜 애먼 肉頭文字가 입에서 뱅뱅 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