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6. 4. 09:32



우물가가 아닌
아파트 계단 앞에 앵두가 주렁주렁 열렸다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는
복돌이도 삼룡이도 단봇짐을 쌌다는
서울이란 요술쟁이 찾아갈 곳 못 되더라
새빨간 그 입술에 웃음 파는 에레나야
달래주는 복돌이에 이쁜이는 울었다는
50년대 나온 '앵두나무 처녀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다
서울로 간 처자들의 병폐를 노래한 서글픈 농촌 현실을 풍자한 노래다
어쨌든 앵두 하면 떠오르는
우리 세대에서는 흥겹게 흥얼거리며 자주 불렀던 노래로 기억된다



지금 세대는 잘 모르는 열매일지 모르지만
옛날에는 간식거리로 먹던 새콤 달콤한 매력적인 열매임에 틀림없다
색깔이 매혹적이고 농염해서 고혹적인 여인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열매다



작은 병에 열매주도 담그고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끔가끔 꺼내어 먹는 맛이 좋다
앵두나무 우물가를 떠올리며
처자들이 앵두를 따 먹는 광경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열매가  참 예쁘기도 하다

앵두 하면 왜 입술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