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장마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6. 30. 09:12

비가 올라온다
장맛비다
태풍도 함께 온다
폭풍우 다
동해자락
주문진 청양댁도 생각나고
포구, 바닷새, 등대, 방파제도 생각난다
노포에서 시름 달래던 어부들도 다 사라지고
포구는 한산하다
오랜만에 오징어가 돌아와서
수평선에 오징어 배가 떴다
장맛비가 얼마나 머물다 가려나
축축하고 음습한 방
하염없이 내리는 비, 바람
떠나간 사내들이 생각나는 포구
청양댁 이슬이하고 줄담배 피우게 생겼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비바람은
향원의 정원을 흔들어 놓고
사평역을 지나
청양댁 선술집을 내리 치겠지
방파제에서 비 맞은 고양이 꼴로
신세 한탄하고 앉았을 그녀는
장마가 엄청 싫다
장마처럼 자기를 휩쓸고 지나간 남정네들의 숫자를 세어 본다
손꼽아 봐도 셈이 잘 안 된다
비가 올라온다
태풍을 데리고 물난리를 데리고 온다
도회지 반지하 방은 비상이다
없고 외로운 사람들만 두려운 장맛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