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로마의 눈물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7. 8. 08:13



로마의 멸망을 보러 로마로 간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세계의 백성들이 로마의 길 위에 서성인다
황제와 검투사와 사자가 함께 살던 판테온 신전에는 앙상한 기둥만 남아서 작열하는 태양이 걸려있다

로마는 영원하지 못하고 멸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로마 사람들은 아직도 살아있다
멸망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훔쳐가며 살아가고 있다

기둥만 남은 흔적들을 열심히 팔고 있다
그 폐허를 추앙하는 사람들이
오늘도 로마로 찾아든다

로마는 늙고 병들어서 멸망했다
그러나 로마 사람들은 그
멸망마저도 영원히 간직하며 살고 있다
폐허가 로마의 풍요로운 양식이 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