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젠 삶에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7. 9. 07:22

한 때는 삶에 많은 것이 필요했습니다
집도 필요했고 차도 필요했고 사람도 필요했고
돈도 많이 필요해서 벌어들이느라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는
그 많은 것들을 소비하는데 평생을 보냈습니다
번 것들을 소비하느라 평생이 걸린 것이죠
사람들은 아직도 더 많이 벌어 들이느라 고생합니다
더 많이 쌓아 두려고 노력합니다
지고 갈 거냐고 비난하면서도
그 축적의 탐욕을 쉽게 그만 두지 못합니다
저는 지금 그렇습니다
옷도 더 필요치 않고
신발도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먹을 것도 냉장고 속의 것이면 족합니다
돈도 딱히 쓸 일이 없습니다
자장면값에 인스턴트커피 한잔값 버스비 정도면
불편할 일이 없습니다
요즘 제게 필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저와 같이 자장면을 함께 먹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차를 마시며 담소해 줄 사람이 필요 합니다
같이 그림 그릴 사람이 필요하고
함께 글을 읽을 사람이 필요하고
같이 노래할 사람이 필요하고
천변을 같이 걸어줄 사람이 필요 합니다
내 삶에 이제 많은 것들이 무의미해져 갑니다
세상 모든 것의 가치가 평가 절하되어 갑니다
나 역시도 무지렁이처럼 작아져 갑니다
재물 같은 건 쓸데가 없어졌습니다
적조할 때 내 곁에 있어줄 그런
사람이 훨씬 더 필요해질 때가 된 것이죠
사람은 군중 속에서 혼자가 될 때 제일 외롭고 두려운 것이니까요
ᆢ[rewrite 201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