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김훈의 詩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7. 16. 21:56



김훈의 소설은 장편의 詩다
산맥과 나무들과 숲과 강들이 어우러져 흡사 노래를 하는 것 같다
노을 지는 강가와 철새와 산맥과  들녘들이 저마다 몰려나와 적막강산에서 반갑게 조우한다

나와 같이 서정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김훈의 소설은 교과서와 다름없다
정적인 말들이 줄을 서고 서로의 끈을 이어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니 김훈은 시인이다
시를 엮어 소설을 쓰는 것이다

오늘도 그의 장편소설 한 권을 읽고 나서
아련한 감정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랑이란 단어를 함부로 쓰지 않는다
희망이란 단어도 쉽게 적지 않는다
그렇게 겁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니 글이 바람 같다

그가 사랑이란 말을 함부로 적을 때쯤 그의 생명이 끝이 날 것이라고 추측해 보는데
그날은 영영 올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그의 글들은 아직까지도 천진난만하고 곱고 숭고하다
김훈은  소설을 시처럼 쓰는  아름다운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