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여행 後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7. 18. 16:10

여행 다녀온 사이
오이며, 가지며, 토마토, 미나리, 호박이 다 물러 버렸다
다행히 화분은 물을 듬뿍 주고 갔더니 다들 무사하다
냉장고부터 정리하고 된장찌개부터 끓인다
묵은 김치, 앙파, 감자, 두부, 청양고추를 주 재료로
청국장 반스푼, 집된장 반스푼, 고추장 반에 반스푼, 참치액젓 한 스푼
마지막으로 냉동실 바지락을 꺼내 넣는다
냉동된 바지락은 찌개가 끓고 난 다음에 넣어야 한다
끓기 전에 같이 넣으면 조개입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잡곡밥만 고집스레 먹다가
오랜만에 이밥 한번 해 먹어보자
흰 쌀만 씻어 밥통에 쾌속으로 돌렸다
쿠쿠가 십 분이면 밥을 완료한다
돌아와 보니 폭우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물난리와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 뜨신 밥 먹으면 좋으련만
나 혼자 먹기 왠지 송구한 끼니다
잠시 소강상태인 양재천이 범람하고 물줄기가 거세고 우렁차다
청둥오리와 잉어 떼들은 어디로 숨었을까
해마다 물난리를 겪는 동네들이 걱정스럽다
금방 퍼낸 이밥과 된장찌개, 콩장, 김, 시어 꼬부라진 오이소박이로 첫 끼니를 차린다
얼마나 진수성찬인가
계란 프라이도 하나 부쳤다
밥 먹고
반지하방 작업실은 무고하려나 들여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