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콜(Squall)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7. 26. 07:24

이건희 컬렉션 기증 작품전을 관람하러 미술관 다녀오는 길에
세 번 햇살이 비췄고
세 번의 비가 쏟아졌다
흐렸다 갰다 변화무쌍한 날씨다
이제 한국의 사계절 중 두 계절쯤 사라질 위기다
전형적인 동남아 날씨다
느닺없이 쏟아지고 사라지는 비
'스콜'이다
바다에는 열대 어종이 나타나고
전통 어종 명태, 오징어, 아지가 사라졌다
사과 산지가 대구에서 올라와 충주를 거쳐 삼팔선을 넘어갈 판이다
사과 대신 바나나와 파인애플, 열대 망고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봄 옷 가을 옷도 사라진다
반팔과 패딩 점퍼만 있으면 된다
버버리 코트도 사라진다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하얀 눈을 볼 수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북극곰이 초원을 거닐고 있으니 말이다
세계의 해변 도시가 미래에는 물에 잠겨 사라질 판이다
물론 물의 도시 베네치아도 마찬가지다
세 번 비가 오고 세 번 활짝 개는 오늘 날씨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상이 물에 잠기든지
혹한으로 얼어 버리든지
이미 전조 증상이 발생하고 있다
인간은 이때 지하 도시나
다른 행성으로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우리의 무덤을 열심히 판 덕분으로 다가오는 재앙이다 눈부시게 발전해 온 문명의 대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