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막례 할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7. 27. 00:36



김막례 할매는 올해로
여든일곱이 됐다
할매는 자식을 여덟이나 뒀다
중간에 잘못된 애까지 셈하면 한 열서넛은 생산했으리라
그렇게 기운을 소진했어도
아직도 잘 먹고 잘 싸고 잘 잔다
의사가 어디 특별히 잘못된 데는 없다고 하니 무탈한 거다
이빨도 틀니가 없고 아직 모두 생니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몸이 부대낀다
큰 젖가슴 때문에 걷기가 불편하다
평생 애들 모두를 걷어 먹여 키웠으면 쪼그라들 만도 한데
이놈의 젖가슴이 늙어도 줄어들질 않는다
그러니 무릎도 아프고 다리도 하중에 눌려 힘들다
허리를 펴고 다니기가 힘들다

그나마 키가 작아 다행이다
키마저 컸으면 이쩔 뻔 했는가
이 젖무덤을 달고 다니려면 숱한 고생이 아니겠는가
청주 사는 셋째 아들이 에미 애로사항을 듣고
뒤뜰에 명아주를 키워 청려장 하나를 만들어 보내왔다
가벼우니 짚고 다니기가 좋다
예로부터 노인들에게 가벼워서 좋은 장수 지팡이로 소문난 물건이다

어찌 됐건 지팡이 덕분에 다니기가 조금 수월해졌다
그러나 이놈의 젖가슴은 왜 이리 늙도록 쪼그라들질 않는지 모르겠다
죽는 날까지 달고 다녀야 하니 질긴 인연이다
막례할머니는 오늘도 무거운 젖가슴을 데리고 재래시장을 간다

얼갈이배추 서너 단 사서 여름 김치를 담가야 한다
막내며느리가 임신을 했는데
얼갈이김치가 먹고 싶다고 했단다
그럼 빨리 해서 보내야지

할매는 젖가슴과 청려장을 데리고  시장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