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토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8. 3. 07:37



당신에게 가는 길은 멀다
술김에 달려갈 지척도 아니고
옅은 설렘으로 치기 할 거리도 아니다
산 넘고 바다를 건너야 나타나는 동네
배 타면 이틀
걸으면 달포쯤 걸리는 거리다

당신이 내게 올리는 없고
내가 가야 한다
그러므로 나도 미치거나 돌아버리지 않으면 가능치 않다
문장이나 문신이나 모스 부호가 도착해도 당신은 모른 척한다
모르는 아이디로 전언이 집요하게 와도 삭제시켜 버린다

당신에게 가기 위해 나는 음 모를 꾸민다
당신의 집 앞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싶다
그렇게 닿고자 했지만
당신은 언제나 무심한 관계를 유지하고
내가 닿을 수 없는 낯선 동네 슈퍼에서 매일매일 장을 본다
애초에 당신에게 닿고자 했던 거리는 없었다

꿈이나 허상의 물상으로만 당신은 존재한다

당신이 나를 무심하게 대하는 방법은 너무 오래된 경험에서 우러나오겠지만
나는 이미 너무 많은 소문을 들었고
당신의 이력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갔다
내게는 오래된 데스 노트와
당신의 자료 영상들이 보관되어 있고
숨겨온 비밀들이 숨겨져 있다
열리면 터지는 시한폭탄처럼
문을 열면 끝이다
영혼 없는 댓글은 필요 없다
정당한 대가는 당신이 내게 오는 길이 해결책이다

나는 지금 백 O민의 수요 음감회에서 관악기 연주를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