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욕망의 계절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8. 15. 09:24

그렇게 욕심을 부리고 살았지만
이룬 것은 없다
힘겨웠다는 것이 삶의 무게였지만
영혼의 무게는 깃털처럼 가벼웠다
그렇게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다
앞만 보고 가는 길이다
뒤돌아 본다
아스라한 길이 보인다
욕망의 상처는 진하듯
사람의 길은 처연하다
잊혀질 길이다
진부한 핑계를 생각한다
남루한 삶을 덮고 싶어서 열심히 길을 간다
눈 비가 지나가고
폭풍이 몰아치고
언덕 위에 하얀 집이 물에 잠긴다
결국 땅끝 마을에 서 있다
동대문 평화시장 진옥화 할매 닭 한 마리 골목에 줄을 선 사람들
세네갈에서 온 갈치와 러시아 가자미를 굽는 생선구이 집에도 바글거리는 사람들
보신탕 집 아지매만 넋을 놓고 앉아있다
욕망의 계절들이 지나가고
남은 건
닭 뼉따귀와 가자미 뼈가 전부인
골다공증 저녁골목
소주병이 나 뒹구는 삶의 현장에서
나도 함께 이방인들 틈에서 닭 뼉따귀를 열심히 발라내고 있다
아, 닭대가리 같은 生이여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