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8. 22. 00:22




네가 나를 건너갈 때 소름이 돋았다
두물머리에서 퇴촌까지처럼 가깝진 않았지만
남한, 북한강은 조용히 조우하며
서로 제 몸들을 섞었다

우리가 강물처럼 스며들었는지는 말할 수없다
흔적조차 없는 문신은 몸만 기억한다
네가 나를 건너갈 땐 위태로운 나룻배 같았다
나는 바람이 불지 않기만을 소원했고
무사히 건너편 강 언덕에  다다르기만을 바랐다
배는 이내 물살에 휩쓸리고 급류에 묻혀 사라졌다
강물도 이내 제 갈길을 찾아 흘러갔다

네가 나를 건널 때는 마치 복사꽃 피는 봄 같았다
몸은 복사꽃 향기를 기억한다
아무도 모르는 잠행
그 봄도, 바람도, 가버린 강물도 그날의 역사를 모른다

우리들의 정사가 무슨 의미인지 는 모른다
다만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소풍날 같았다
몸만 오롯이 그 봄을 기억하듯ᆢ
(rewrite,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