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까치밥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8. 28. 10:01

감나무는 제 스스로 제 열매를 솎아낸다
남아있는 열매들을 실하고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서다
사자가 제 새끼를 벼랑에 밀어 넣고 살아남는 놈만 키우는 방식과 흡사하다
이제 곧 추석이다
제사상에 사과 배와 함께 실한 감이 올라갈 것이다
마지막 까치밥으로 남은 서리 맞은 홍시는 꿀보다도 달다
농부는 감나무에 까치밥을 반드시 남겨 놓는다
자연과 함께 사는 법칙이다
감나무 잎은 단풍이 들면 색깔이 예쁘다
감잎차를 미리 만들어 놓고 한겨울에 마시면 몸보신이 된다
예부터 감은 백성들과 가장 친근한 과실이다
특별히 돌봐주지 않아도 제 스스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달디단 홍시로 변신하는 고마운 과실이다
도서관 앞 감나무는 해마다 실한 열매를 만드느라
제 스스로 열매를 솎아낸다
일찍 떨어진 열매는 나무의 자양분이 되고 거름이 된다
해마다 홍시를 만들어내는 나무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한다
태풍이 지나가면
강인한 열매만 남고 여린 것들은 떨군다
그것들은 점점 붉어져서 높은 가지 까치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