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대에게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9. 18. 07:48



그대가 영면에 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흔들던 시절을 추억합니다
한없이 흔들리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나는 바람이었고 당신은 풀잎이었습니다

새벽 달팽이가 이슬을 먹으러 풀잎을 오르듯
나의 소매자락은 백로 같았습니다
그대가 바보가 아니라
진실하기 때문이란 걸 알았을 때 이미 당신은 떠나가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누군가의 연인이 되어 간절한 사랑을 하고 있을 그대가 善했다고 생각합니다
참는다는 것은 희망이 있을 때의 선택입니다
그대가 한순간 나를 스쳐갔다는 소식을 바람의 말로 들었습니다.

그대는 먼지가 처럼
날아갔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소식보다 생각으로 먼저 옵니다
그렇습니다
그대가 떠난 것은 이승이 아니겠지요
항아리 계곡과  문수산성 골짜기와 황혼에 물든 선재도 하얀 집
발코니에서 넘나드는 물결의 시간을 바라보는 불멸입니다

한번 기억해 주십시오
언약 따윈 하지 않겠습니다 남겨진 눈물이 있다면 울어주고 싶습니다
내 안에도 회한이 가득합니다

당신 영전에 白菊보다
빨간 장미 한 송이를 놓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