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인간 붕괴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9. 20. 06:40



산다는 건 참 복잡하다
다정한 사람들과도
불편한 관계와도
모종의 거래처럼 힘든 시간들이 흘러가서 모래톱처럼 쌓이면
서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
그렇게 늙지, 늙어버리는 거다

수많은 소문과 오해와 진실들이 뒤섞여 공존하는 사람들의 세상은
불편하고 성가신 일들이 너무 많다
그게 사는 일이라고 누군가는 말하더라만은 그럴까
산다는 게 권리가 아니고 의무가 되어버리면
삶은 고달프고 힘이 든다

먹고 자고 살자고 하는 일과들이 점점 의미가 없어지면
사는 게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역시 간절히 소망하는 것들이 있어야 행복해지는 것 같다

오늘도 출퇴근 환승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계단을 오르내린다
가고 오는 시간에 떠밀려가는 사람들
먹고살자니 감내해야 하는 일상이다

산다는 게 녹록찮은 세상이다
50세 자식이 80세 부모에게 의탁해 사는 세상이 왔다
혼자 살기도 어렵고
더불어 살기도 어렵다
누군가를 만나기는 점점 어렵고
포기하고 헤어지기는 점점 쉬운 세상이다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이다 인간의 미래가 암울한 세상
산아제한이 없던 농경사회가 사람 냄새나는 세상이었던 것 같다

친구네 집 형제들이 9남 1녀나 되던 김포 아무개 집안이 늘 부러웠다

아기는 낳지 않고
개를 자식으로 키우는 나라
한 해에 만 오천명이 자살하는 자살률 최고의 후진 나라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