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쓴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9. 21. 08:25

쓰는 것은 버리는 것이다
남겨놓는 것이 아니라 없애는 것이다
여한이 없도록 소멸시키는 것이다
머리카락 한 올 남겨두지 않도록 비우는 것이다
쓴다
흔적이 남지 않도록
궤적이 남지 않도록
자국이 남지 않도록
상처가 남지 않도록
미련이 남지 않도록
어느 문뜩 해 저무는 날
내가 사라져 버리도록
사람이 구태여 백 년까지 살 필요가 없는데 괜스레 오래 산다
라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