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랑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0. 4. 07:49

우당탕탕 요란스레 비가 쏟아지더니 금세 조용하다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한 시간 남짓 이더니만
십 분만에 비가 물러갔다
창문을 열었다
뽕나무 잎새 자락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아니다, 아직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습도 98%
습기가 방 안으로 몰려 들어왔다
온몸을 감싸 안는다
가을비는 처량하다
스트리밍 피아노 합주가 어울리는 아침이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절기가 한로(寒露)로 달려간다
그다음 상강(霜降), 그다음은 입동(立冬)이다
물 흐르듯 계절이 오고 가고
사람도 가고 오고
윤회의 수레바퀴는 쉼이 없다
태곳적 부터 내일로 가는 마차는 시간의 굴레를 실어 나른다
나는 티끌일 뿐 비의 소리에 섞여서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다
가을비는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 같다
왠지 처연하다
풍경이 젖어 눈물처럼 얼룩진다
풍경이 시리고 춥다
가랑비는 무심하게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