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버려야 할 시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0. 13. 06:50



자 이제는 버려야 할 시간
누구 詩가 좋고, 누구 詩가 후지다고 따지는 시간은 이미 지나갔어
좋은 시가 어딨다고
그리고 나쁜 시는 뭔데
니들이 뭔데 지적질이야
부족하고 모자란 니나 잘해
뻐꾸기시계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그놈의 배터리는 오래도 가네
그 따위는 이제 내던져 버려

69회 현대 문학상 수상시집에 복희 씨가 있네
리윤 씨도 있구먼
24년 신춘문예 수상자들도 우르르 몰려 왔구먼
그놈의 시가 뭐라고
밥을 주나 떡을 주나 허울뿐인 나락의 시작일 뿐인데
책으로 나왔다니 한번 들여다는 봐야겠지

아, 이젠 지쳤다
차라리 UFC를 볼 걸 눈만 피로하다
거물 격투사들도 모두 은퇴하고 잔챙이만 남은 옥타곤도 임팩트가 없어
화이트 회장도 고민이 많을 거야
흥행 실적이 점점 저조하니까
차라리 아이유의 유럽공연 실황 녹화가 볼 만하네
高 퀄리티 베를린 무대가 스타를 만들어주네 대단해

자 이젠 詩 따위는 버려버려
현실을 직시하고
시급 높은 알바를 하는 게 낫지 않겠니
평론가들이 횡설수설하는 시평 따위는 개똥만도 못한 거라구
어디 시인이 따로 있나
아무나 시인이 되는 시대가 너무 헐거워서 좋다

화자도 없고 존재도 없는 시대에
죽은 자와 산 자가 소통하는 타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간극을 누군가는 소망한다

시집이 하루에 수백 권씩 쏟아지는 시대에 시인이 뭐 따로 있겠어
시집 찍어내면 시인이지
다 갖다 버릴 종이쪽지를 뒷방에 쌓아놓고 사는 수많은 시인들의 시대에
읊을 시는 한 개도 없다
다 자기 연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수밖에

이런 혼돈의 시대에 한강 씨가 노벨문학상을?
서점마다 줄 서고 난리 나서 책이 동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