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조말숙 씨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0. 19. 08:52



엄마는 평생 니들 엄마가 아니고 인간 조말숙이야
너희들 유학 보내 공부시키고, 시집보내고
평생 너희 엄마로만 살고 있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니
엄마도 기대고 비빌 언덕이 있어야지
평생 너희들 언덕 받이로만 살아가야 하냐고

나도 인간이고 하나의 인격체 아니겠니
이제 그만 놓아주렴
개판을 치든 말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게

젊은 나이에 혼자되어
두 딸 키우느라
투잡, 쓰리잡 하며 평생을 허드레 일하며 돈 벌러 다녔지
유학 간 두 딸 모두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엄마는 고생 많이도 했다
부유한 집으로 시집들 잘 갔으니
이제야 할 일이 없어졌다

자식들은 건강해야 한다며 필라테스다 요가다 헬스클럽 회원증을 끊어다 주지만
다 필요 없다
헛헛한 건 그 누구도 위로해 주지 못한다

조말숙,
앞으로 남은 삶은 꼴리는 대로 살아라
미친년처럼 미친 듯이 살아도 된다
너는 그래도 된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