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람의 편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0. 30. 00:24



딸이라서 좋았어요
딸 같은 아비라서 좋았고요
어미는 바람나 집을 나갔어도
딸은 어미의 업보로 내 곁을 지켰습니다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부칠 때 우표를 침 발라 붙여주던
딸아이가 시집을 갔습니다
시집가서 딸 닮은 딸아이를 낳았습니다
나는 딸 같은 손녀딸을 사랑합니다
딸 같은 딸이라서 좋습니다

집 나간 어미는 돌아오지 않았고
시집간 딸아이가 가끔 들립니다
엊그제도 내 생일날
소고기 미역국을 끓여놓고 손녀와 딸 셋이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딸이라서 호사를 부리며 살았습니다
딸이 제 인생이었습니다
가슴에 꽃을 꽂고
우체국에 가서 바람의 편지를 부칩니다

고맙다고
고마웠다고ᆢ딸에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