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겨울 첼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1. 27. 00:20




거리에는 프라타나스 잎이 뒹굴고
겨울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음악회에 가서 앉아있다
카페 창가에 어리는 풍경들도 춥다
호호 불며 손등을 덥히던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은 모두 가버린 추억들이다

많은 시간들이 흘러가서
옛 풍경도 사라지고
초로의 노인처럼 늙어버린 거리는 초췌하다
낮은 소리로 우는 선율이 그리운 시간
낡은 도시 길목에 노랗게 타는 알전구가 정겹다

그렇다
세월은 무정하다
옹알이하던 시절부터 말을 잃은 오늘까지
물흐르 듯 흘러온 시간들을 만난다
헤어질 시간 이므로 다시 해후하고
그렇게 종착역으로 간다

호우시절도 있었다
여름 한복판처럼 열정으로 살았고
유통기간이 지난 냉장고처럼 식어버린 가을날의 오후
갈 곳 잃은 임팔라 영양처럼 초원에 남겨졌을 때
첼로의 무덤 같았다
중후한 울음 같아서 슬펐다

겨울비 내리는 날
음악회에 앉아있다
코끼리의 무덤같은 겨울 첼로가 나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