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5. 1. 18. 00:10




네가 하루의 시작이라면 좋겠다
깨어나서 너를 생각하고
온종일 네 생각으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잠들 무렵 피아노 건반을 뛰어다니며 음악처럼 잠들고
꿈속에서 너를 만나서 손을 잡고
날아다니고 싶다
그렇게 살다가 살다가 죽고 싶다

하루의 시작이 너라면 좋겠다
어느 날 너를 까맣게 잊어버린 채
마지막 잎새를 떨굴 수 있을까
캔버스엔 낙엽만 쌓이겠지
쓸쓸한 요양원 뒤뜰에 앉아서
겨울나무를 그리고
빗살무늬 햇살처럼 기울고
그 하루는 무막한 것처럼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그날까지 서로 잊고 살자
네가 나의 하루였을 때
나는 행복했다
진한 커피 향처럼 향기로워서
모든 나날들이 기뻤다

지금은 빈 뜰만 적막해서 허허롭다ᆢ<2020 re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