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백성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5. 2. 6. 07:32

누룽지를 끓여서
김장김치와 무나물을 소반에 얹어 티브이 앞에 앉는다
무릎에 올려놓은 소반을 몇 번 엎고도 그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달그락 거리며 아점을 먹는다
온통 TV에 신경이 닿아있다
어느새 밥그릇이 비었다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생각도 안 난다
창밖으론 잔설이 단풍나무 가지마다 앉아있다
먼 곳 산을 바라본다
성당 첨탑에도 잔설이 하얗다
설거지 통에 그릇을 담가놓고
의자에 앉아 쉰다
뭘 했다고 쉬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정치 뉴스에 속이 답답해져 소화가 잘 안 된다
나가서 좀 걸어야겠다
나도 백성이라고 나라 걱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