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죽고 싶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5. 2. 25. 00:10



죽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반찬통을 꺼내다 떨어뜨려
거실 바닥이 난장판이 되고
멀쩡한 평지에서 넘어져 무르팍이 깨지고
어깨는 멍이 들어 아프다

김치찌개 냄비를 옮기다 놓쳐 국물 잔해가 천장까지 튀어 오르면
나는 그때 그만 자진하고 만다
처참한 상황에 마음은 갈 곳을 잃는다

구차하게 왜 사나
이렇게 살아 뭔 좋은 꼴을 보겠다고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뭘 넘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고립된 비하이고 자학이다

저 거리에 비틀거리는 사람들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잘 모르겠다
비폐해진 모습으로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암울하다

덤으로 사는 여생이 너무 길다
오늘도 냄비가 새카맣게 탔다
발톱 손톱도 눈이 어두워져 깎기 힘들고
서서 운동화 끈조차 스스로 묶지 못하는 굳은 몸덩이가 수치스럽다

죽지 못해 오늘도 꾸역꾸역 산다
해가 뜨고 져서
노을이 이뻐서
천연덕스럽게 비가 오고 눈이 내려서
낮 달이 뜨고 까마귀가 울어서 죽고 싶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미카'라는 엔카 가수를 모셔놓고 일본 노래를 열창하는 우리 트롯 가수들이 너무 한심하고 꼴 보기 싫다

투정처럼 자꾸 죽고 싶은 핑계가 늘어난다
늙은 사내는 슬프다
죽기가 살기보다 더 힘들다는 것에 또다시 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