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개똥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5. 3. 10. 06:20

천변 길섶 개똥 옆에 정갈한 메모지가 있다
어느 이름 모를 이웃이 개똥에 메모를 남겼다
그것도 예쁘게 코팅해서 비바람에도 꺼떡하지 않게 야무지게 경고성 글을 남겼다
똥 싼 견주가 보고 앙심이 찔렸을까
개똥 치울 자신 없으면 개를 키우지 말자
인적 드문 야간 산책길에서
몰래 똥 싸고 도망가는 비 양심적인 견주들이 있다
반려견 키울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국내 반려견 수가 천만을 넘겼단다
정식 등록된 반려견은 3백 만 이란다
이쯤 되면 개체 수가 어마어마한 숫자로 불어났다
프랑스는 개 연금도 있고
미국은 개를 조금이라도 학대하면 처벌도 받는다
국내는 이미 시에미가 개보다도 못하다는 비아냥 거리는 얘기들도 생겼다
견공들은 이미
개 생일, 개 암 수술, 개 화장, 개 유치원, 개 납골당, 개 기일 제사상에 온갖 혜택을 누리고 산다
그러니 개 만도 못하게 사는 인간이 없겠는가
개팔자가 엄청 부러울 뿐이다
개똥 얘기하다 삼천포로 빠졌다
아무튼 하기휴가, 명절날에 휴게소 길거리에 냅다 버리고 가시지 말고
애초에 똥 싸고 오줌싸는 거 귀찮으면 키우지 마시길 바랍니다
안 보이는 곳이라고 똥 싸고 그냥 가버리시면 개만도 못한 인간입니다
저녁마다 산책 핑계로 똥오줌 뉘러 나오는 천만 견주님들 제발 집에서 처리해 주세요
아니면 키우지 마시던가요
공원 산책 길이 볼썽사납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