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名古屋에서 온 편지 2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5. 3. 23. 00:40



어느덧 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난주에는 딸아이가 결혼을 하게 돼서 뉴욕을 다녀왔습니다
사위가 눈이 파란 백인이어서 ㅌ뜨악했습니다

지금 세상이야 국적과 인종을 따지는 세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옛날사람이다 보니 얼른 적응이 안 되더군요
캠퍼스 커플이라니 말릴 수도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미국사위라니 생각지 못했습니다

요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국제결혼이 흔한 세상을 살고 있지요
그만큼 세계가 가까워진 탓 아니겠어요
공부하러 보냈더니
딸 하나를 애지중지 키워 미국에 던져주고 왔습니다
아깝습니다

샘을 뵌 지가 꽤 오래된 듯싶습니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이 잘 지내시는지요
저는 이제 여기저기 아픈 곳이 두루 생깁니다
딸하나 낳고 말았는데도 산후통으로 여자들은 나이 먹으면 후유증이 오나 봅니다
그러려니 하고 적응하며 삽니다

한번 다녀 가시지요
여긴 아직 눈을 볼 수 있는 곳이 많답니다
겨울과 눈을 좋아하는 샘께서는 이곳이 좋은 여행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신다면 제가 다 준비해 놓겠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떻게 변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미국에 두고 오는 날
비행기 안에서 숨죽여 울었습니다
섭섭하고 아까워서요
옆 좌석분께는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다녀왔습니다

샘, 한번 다녀가시지요
뵙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