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성한 소문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5. 4. 2. 07:51



이렇게 한 세월이 흘러가도 좋겠다

누군가 헛소문을 퍼트렸다
걔 이혼했대
걔 암이라던데
걔 요양원에 있대
치매라던데
그렇게 노란 은행잎이 지고 있었다

그렇게 소문처럼 계절이 흘러가도 괜찮았다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 변명도 구차했다

견고한 새벽은 여지없이 왔다
누군가는 내가 죽었다고도 할 것이다
나타나지 않으니까
견디기 힘든 것은 없었다
다만 소문이 무성해서 그들이 즐겁다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자위했다

오늘 겨울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먼 도시는 오늘도 포성이 울렸다
나는 소문처럼 잊혀진 사람으로 산다
그래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