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5. 4. 30. 05:46



영원하리라 믿었던 生이 사금파리처럼 부서져 흩어진다
生은 결국 여기까지다

이삿짐을 정리하다 발견한 사진 한 장이 여유롭다
태국인지 라오스인지 여행 중 찍은 사진인 듯하다
젊어서 빛나던 시절이다
뭘 해도 아름답던 계절이다

여행 전 가방을 꾸릴 때마다 허리를 다친다
안전수칙을 잊고 무리하게 짐을 들고 내리다가 매번 허리를 삐끗한다

오늘은 이십 년 만에 이삿짐을 싸다가 또 실수를 했다
맨소래담을 바르고 파스를 붙이고 뜨거운 찜질도 한다
짐짓 낼모레 이삿날 꼼짝 못 하면 어쩌나 걱정이다

꾸리던 짐을 잠시 멈추고 앉아
화려했던 그날의 사진을 보며 추상한다
화양연화의 시간이 꿈결 같다

'FRANKY'라고 쓰여진 저 후드티를 이번 이사하며 재활용 박스에 넣어버렸다
그냥 좀 더 입을 걸 그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