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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진 내복

올이 다 해져 비치는 내복만 입으시더니옷장 깊은 곳에 새 내복이 세벌이나 있었다돌아가신 어머님들은 결국 아끼던 내복을 두고 들 떠나셨다청승들 떤다고 하지만어머니들은 깨진 바가지도 꿰매 쓰는 것을 나는 보고 자랐다오늘 나도 가을 옷가지들을 꺼내며낡은 내복을 버릴까 몇 번을 망설인다몇해 전 아들이 사다 준 새 내복이 두벌이나 있다갑자기 어머니 반다지 옷장에 연분홍색 내복이 생각나서잠시잠깐 멍하니 앉아있다

나의 이야기 2026.10.26

그대의 숲

어느 날 당신이 내게 오셨습니다잠에서 깨어난 새벽이슬처럼 영롱해 보이고검은 재킷 위로 흐르는 머릿결이 아름다웠습니다몽돌해변의 갯돌처럼 자갈자갈 소리를 내는 듯했습니다가슴은 어느새 두근거리고 있었습니다그대가 오셨습니다철새들은 이미 남쪽 습지로 날아간 뒤 적묵 속으로 오신 당신은 이미 한줄기 빛처럼 찬란했습니다바람들이 길가로 몰려가는 동안 계절은 깊어가고그대의 포구에는 감홍빛 불이 켜집니다그렇게 그대가 오셨습니다어느 날 당신이 불현듯 나타나 내 가슴으로 들어왔습니다동굴의 벽화처럼상아의 흰빛으로 오셨습니다가을빛이 한껏 물든 어느 날또 하나의 그대가 떠나듯이 무심히도 그 사람이 내게로 왔습니다그날부터 나는 새로운 삶의 은혜를 얻었습니다바람이란 건 잠시 왔다가는 거라는데 부디 그 바람은 아니시길오래오래 곁에 머물..

나의 이야기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