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들은 살이 다 빠지고 나면 뼈만 남는다매머드도 시조새도 공룡도 뼈만 남아서 태초의 전설을 말해 준다뼈는 그렇게 살아있다잎살이 빠지고 잎맥만 남은 나뭇잎이 아름답다나무도 한 생애를 마치고 잎맥만 남는다사람도 다를 바가 없다生의 뼈를 갈아 바람에 날려가면 민들레 홀씨와 다를 게 없다그렇게 재가 되어 흙으로 돌아간다생물시간에 잎맥 표본을 만들며 신기해하며 즐거워하던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책사이에 끼워놓고 가을 내내 흐뭇해하던 유년시절세월이 흘러 추억의 책갈피가 됐다나뭇잎도 공룡도 사람도 잎맥만 남아 벽화가 되어 우주에 남았다오늘, 서고를 정리하다가 오래된 책갈피에서 잎맥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生을 돌아보는 놀라운 회귀였다먼 길을 온 나도, 이제 잎맥만 남았다나의 생이여, 잎맥처럼 적묵(寂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