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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장미의 춤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거리에서 누군가를 만날 것 같아길을 나섭니다더 이상 네 곁에 머물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해"하며 떠난 그 사람이 생각난다그날도 백화점 앞 정류장에는 짙은 안갯속으로 비가 내렸다버스가 모퉁이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나는 꼼짝도 못 하고 서 있다가 결국 주저앉고 말았지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빨간 우산을 쓴다빨간색이 비와 너무 잘 어울려서雨요일에 애장 우산이다바람이 심하게 불어와 우산이 뒤집혀도 소공동 골목길을 하릴없이 헤메 다닌다길 건너 드럼통을 뒤집어 구워 팔던 꿀호떡 아저씨도 많이 늙었다아직도 그 자리에 꿀호떡은 남아 있는데떠나간 버스는 돌아올 줄 모른다인천 공항행 리무진 버스다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사고 싶다입에 물고 빗속에 춤을 추고 싶다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나의 이야기 2026.10.14

객로

얕아서 깊지 않은 밤창밖에선 풀벌레 울음 울어애간장을 태우고해넘이 넘어 걸린 초승달은 쓸쓸해서 외롭다갈길 없어 헤매 도는 방랑의 밤노숙이라도 좋다아직은 바닥이 따스해 얼어 죽지 않을 낯설은 타향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고독하고 외로운 자들의 나날이다죽비의 탁음이 어깨를 때릴 때찰랑이는 산사의 풍경소리가 청아하다망월사 오르는 길섶에 개망초 흐드러져 달빛에 아련하고그대의 방에도 달그림자 지는가역방 뒤란에도 귀뚜라미는 우는데어느 님의 바튼 기침소리가 남은 애를 끊나니밤새 뒤척이지 말고 객잠이라도 달게 드시게나밤새 북쪽 거리에는 찬비 내리고客路에는 곧 무서리 지겠지아, 그리운 곳도 없고 갈곳 마저 잃어 가슴 무너지는 새벽의 견고한 고요

나의 이야기 2026.10.13

여여

당신이 내게 건넨 한마디 때문에 긴 생을 돌고 돌며 살았다지루하고 마른 낙엽 같은 나날이지만 견디며 살았다물 건너 지척인 마을에 살아도 닿지 않는 당신이지만매일매일 꿈속에서 만나며 살았다고향마을 산 등성이에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었다동산아래 호수의 물빛이 짙어지면 멀리 북녘에서는 철새들이 날아왔다꽃잎에 코를 대고 향기에 취해 있는 당신의 모습을 가슴에 담았다가을은 그렇게 당신을 보고 싶게 했다마른 잎이 뒹구는 나무 벤치에 앉아서 마시던 자판기 커피에서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그대의 상기된 볼에서도 붉은 꽃이 피었다당신이 말했다"가을이 당신을 닮았어요"당신이 건넸던 한마디로 해마다 가을 그대를 생각합니다수십 번의 가을이 그렇게 허허롭게 지나갔습니다그런데 당신의 말은 가을마다 제 가슴속으로 스며옵니다"당신은 ..

나의 이야기 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