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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다

9월이 왔다매미들의 합창소리가 물러가고저녁이면 풀벌레 소리 운다하늘엔 뭉게구름들이 사라지고 깃털구름이 수를 놓는다그렇게 구월이 왔다구월이 오면 마음이 어지럽다떠나간 님이 생각나고사유의 방이 생겨난다한적한 오솔길이 생각나고호숫가 데크에 떨어지는 낙엽이 예사롭지 않다호수의 물풀들도 딱딱한 열매를 맺고도토리, 상수리나무도 옷을 갈아 입는다산새 우는 밤이면 엽서를 쓰고 싶어진다주소불명의 엽서는 되돌아오고갈 곳 없는 사연들이 창가에 차곡차곡 쌓인다구절초 향기 그득한 뜰에 앉아회한의 술을 마신다가을이 가슴에 들어와 먹먹한 악기 소리를 낸다구월이 아쉬운 것은 떠나는 것들 때문이 아니다잊혀져가는 나의 계절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 07:49:40

잎맥

생물들은 살이 다 빠지고 나면 뼈만 남는다매머드도 시조새도 공룡도 뼈만 남아서 태초의 전설을 말해 준다뼈는 그렇게 살아있다잎살이 빠지고 잎맥만 남은 나뭇잎이 아름답다나무도 한 생애를 마치고 잎맥만 남는다사람도 다를 바가 없다生의 뼈를 갈아 바람에 날려가면 민들레 홀씨와 다를 게 없다그렇게 재가 되어 흙으로 돌아간다생물시간에 잎맥 표본을 만들며 신기해하며 즐거워하던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책사이에 끼워놓고 가을 내내 흐뭇해하던 유년시절세월이 흘러 추억의 책갈피가 됐다나뭇잎도 공룡도 사람도 잎맥만 남아 벽화가 되어 우주에 남았다오늘, 서고를 정리하다가 오래된 책갈피에서 잎맥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生을 돌아보는 놀라운 회귀였다먼 길을 온 나도, 이제 잎맥만 남았다나의 생이여, 잎맥처럼 적묵(寂默)하기를

나의 이야기 202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