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꽃
이 꽃은 아무 데나 핀다철길 옆이나들길 옆이나섬 그늘이나도시 복판에도 핀다그런데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늘 비스듬히 군락으로 핀다길 쪽으로 혹은 바다 쪽으로혹은 철길 쪽으로 기울며 핀다기운다는 것의 철학을 아는 듯싶다기운다는 것은 외롭다는 뜻이다꼿꼿하지 못하고기대고 싶은 운명 철학이다사람도 창가에 비스듬히 서 외로움을 달래고햇살도 비스듬히 빗살무늬처럼 기울어 그림자를 길게 기우는 게 특기이기도 하다금계국은 흔한 꽃이지만분위기가 있고예쁜 노랑색의 참신한 꽃이다흔하다고 업수이여기면 절대 안 된다길섶에 기우는 꽃무리를 보면가슴이 환해진다착하고 아름다운 꽃이다얼마 전 섬 여행 중에 마주친 노랑꽃이 너무 정겹고 고와서한참을 꽃과 함께 걸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