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3 사랑하는 사람들을 연인이라 부른다사랑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사랑을 무해하는 경지의 사람들을 우리는 연인이라 부른다사랑은 이해하지 않는다느껴야 한다목숨을 걸어야 한다참을만한 고통을 사랑이라 하지 않는다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모두 연인은 아니다목숨을 건 사이가 연인이다무저갱이라도 몸을 던져야 한다그래도 한 줌의 여한이 없다면 그건 사랑이다내게 연인은 없었다명줄을 걸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 2025.07.01
駱山 안개가 자욱하다이별하는 장면에서 안개비가 내리면 애수, 애련, 여수, 처연하다흑백 영화는 더욱 애절하다모든 사물이 흐릿해지고불투명해지는 거리는 아련하다동대문 역사에서 우산을 폈다안개가 DDP 돔을 덮었다낙산 쪽으로 무심히 발길을 돌렸다그곳에는 산 동네가 자리 잡고 있다생각이 닳고 행동이 무뎌질 때쯤옛날로 돌아가려는 회귀본능이 살아난다반려묘가 떠나고 혼자가 됐을 때밤마다 요단강 건너는 꿈을 꾼다묘가 나를 그리워하는 걸까아니면 귀소 본능일까안개가 걷히지 않고 낙타등처럼 무겁게 내려앉는다벽화 동네에 벽화가 보이지 않고명랑 이발소도 사라졌다떡볶이집 앞에서 방향을 잃고 갈 길을 잃었다헤어질 결심으로 가출을 했다정훈희의 안개 노래처럼안개는 낙타등을 어루만지며 낙산을 잠들게 하고 있다 나의 이야기 2025.06.30
回歸 세월이 등을 민다잡아당기던 시간들이 썰물처럼 사라졌다순식간에 먼바다로 떠 밀려나 있다생의 막차는 쏜살같이 달려 간다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K.622,2악장 '아웃 오브 아프리카' 테마곡을 듣는다시간이 멈춰진 듯한 시공에 떠 있다아침마다 겪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유일한 비상구는 음악이다아프리카 대초원으로 회귀하는 방법이다 나의 이야기 2025.06.29
양주 양주는 멀다한 병 마시면 무진장 멀다새벽이 된다언제 집에 갈지 모른다그만큼 양주는 멀다시집 한 권을 다 읽도록 양주에 닿지 않는다소설은 반쯤 읽으면 닿는다양주 한 병이면 천국의 문까지 간다그다음 정신을 잃는다깨어보면 이승이다양주에는 문하생들이 있다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 수업을 한다그때는 그랬다열심히 배우고 가르치던 시절 제자들도 이젠 나이가 들었다여우, 원장, 사모님, 공방장그 집 누렁이도 늙었다나폴레옹이 새겨진 코냑 양주를 팔았다50만 원 받았다그 돈을 보태 안검하수 시술을 받았다그리고 십 년이 젊어졌다그리고 그림 수업은 계속됐다서울역, 창동을 지나 양주로 간다소설의 반을 읽으면 양주에 도착한다나머지 반은 돌아오면서 다 읽어버린다양주를 밤새 마시면 천국의 계단이 보인다깨어난 이승에서는 詩를 쓴다양주는 .. 나의 이야기 2025.06.28
삶이 한 편의 영화라면 삶이 한 편의 영화라면 좋겠다이번 작품은 빨리 끝내고 다른 새로운 작품을 찍었으면 좋겠다더는 외롭지 않은, 더는 심심하지 않은, 더는 슬프지 않은 그런 영화코미디 영화라도 찍으면 신날 것 같다그렇게 멜로도 찍고 활극도 찍고 호러도 찍고 마지막에는 휴먼드라마로 행복하게 끝났으면 좋겠다이번 生은 아무래도 망친 것 같다길기만 하고 임팩트도 없고 달콤함도 없는 드라마 같았다다시 재미있는 드라마를 찍고 싶다'폭싹 속았수다' 같은'오징어 게임' 같은'나의 아저씨' 같은'소년시대' 같은 흥미진진한 작품을 찍고 싶다삶이 진정 영화라면 좋겠다시시한 작품은 이만 끝내고새로운 작품을 찍고 싶다새드무비 말고 션샤인 한 영화에 주인공이 되고 싶다오늘,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으로 이토록 마음이 저리다면 이번에는 아마도 좋은 작품이.. 나의 이야기 2025.06.26
寂默의 詩 밤을 새워가며 글을 써 본 사람들은 안다세상의 밤이 얼마나 적막한지를잠들지 못하는 세상은 적묵하다새벽은 늘 견고해서 깨지지 않는다간 밤에 내린 서리처럼 차디차다글을 쓰면서 도피한다오클랜드로 캔터키로 멜버른으로 도망간다향일암 동백이 필 때 여수의 밤바다는 울듯그렇게 도피한다밤은 늘 협조적이다적막하고 적요하고 고요하다가끔 먼 수레바퀴의 궤적소리가 들리지만 개의치 않는다산비둘기도 잠들어 사위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그렇게 밤은 스스로 글을 쓰게 한다세상이 멸망하면 이럴께다아무 간섭 없는 밤이 지속될 것이다거기 폐허 속에 오롯이 남아있을 수 있다신전의 기둥들이 뿌리째 뽑혀서 고모라의 도시가 되면아마도 족히 천년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밤은 지금 절절한 심정으로 삼경의 길을 걷고 있다ㆍㆍ 나의 이야기 2025.06.24
夕夜 밤이 오는 길목에커피 한잔 놓고 앉아서저녁을 본다어디선가 라면 끓는 냄새가 난다'방콕' 먹자골목의 냄새 같기도 하고라면 수프 냄새가 마치 천국의 냄새 같다코는 아직 성성하다 나의 이야기 2025.06.23
노랑꽃 이 꽃은 아무 데나 핀다철길 옆이나들길 옆이나섬 그늘이나도시 복판에도 핀다그런데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늘 비스듬히 군락으로 핀다길 쪽으로 혹은 바다 쪽으로혹은 철길 쪽으로 기울며 핀다기운다는 것의 철학을 아는 듯싶다기운다는 것은 외롭다는 뜻이다꼿꼿하지 못하고기대고 싶은 운명 철학이다사람도 창가에 비스듬히 서 외로움을 달래고햇살도 비스듬히 빗살무늬처럼 기울어 그림자를 길게 기우는 게 특기이기도 하다금계국은 흔한 꽃이지만분위기가 있고예쁜 노랑색의 참신한 꽃이다흔하다고 업수이여기면 절대 안 된다길섶에 기우는 꽃무리를 보면가슴이 환해진다착하고 아름다운 꽃이다얼마 전 섬 여행 중에 마주친 노랑꽃이 너무 정겹고 고와서한참을 꽃과 함께 걸었었다 나의 이야기 2025.06.22
인연 살아가다 우연히 인연을 만납니 다그 인연은 억겁의 운명일지도 모릅니다그렇게 자식과도 인연을 맺고부모 형제와도 천륜의 인연을 맺습니다사랑과도 인연헤어지는 이별도 인연입니다비가 먼 산으로부터 오는 주말 오후입니다유리창에 빗물이 고입니다오늘도 사람들은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맺습니다나는 비와 대화를 합니다자연은 오랜동안 인간과 함께 해 왔습니다지구별에 온 것도한반도에 온 것도 다 신비로운 인연입니다당신과의 인연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겠습니다어린 왕자의 별도 사랑하겠습니다사람과의 緣만 인연이 아닙니다우주와의 緣도 위대한 인연입니다 나의 이야기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