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랑꽃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5. 6. 22. 10:38



이 꽃은 아무 데나 핀다
철길 옆이나
들길 옆이나
섬 그늘이나
도시 복판에도 핀다

그런데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늘 비스듬히 군락으로 핀다
길 쪽으로 혹은 바다 쪽으로
혹은 철길 쪽으로 기울며 핀다
기운다는 것의 철학을 아는 듯싶다

기운다는 것은 외롭다는 뜻이다
꼿꼿하지 못하고
기대고 싶은 운명 철학이다
사람도 창가에 비스듬히 서 외로움을 달래고
햇살도 비스듬히 빗살무늬처럼 기울어 그림자를 길게 기우는 게 특기이기도 하다

금계국은 흔한 꽃이지만
분위기가 있고
예쁜 노랑색의 참신한 꽃이다
흔하다고 업수이여기면 절대 안 된다
길섶에 기우는 꽃무리를 보면
가슴이 환해진다
착하고 아름다운 꽃이다

얼마 전 섬 여행 중에 마주친 노랑꽃이 너무 정겹고 고와서
한참을 꽃과 함께 걸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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