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子淑子
富子누나는 시집살이 초년에는
고생했지만 이름값대로 늙으막에 잔병치레없고
걱정없이 잘산다
잘나가는 동네 부녀회장 이시다
淑子누나는 워싱턴가서 빵집하며 살다가 향수병에
시달리다 결국 먼저 떠났다
친정 식구들 품에 안기길 소원했지만 타국땅에서
고생만하다 허망하게 죽었다
富子는 큰누나
淑子는 둘째 누나다
착하고 선한 누이들이다
큰 누나는 애기때부터 나를 업고 심야극장을 다니던
영화광이었다
애 데리고 밤늦게 돌아다닌다고
엄마한테 구사리깨나 들었다
작은누나는 자식없는 작은 할머니댁에서 커서
촌뜨기 였지만 똑똑하고 영민했다
포크레인 기사한테 시집가서
초년에 잘 살았다
매부의 꿈 아메리카, 미국으로 이민가는 바람에
말년을 향수병으로 고생했다
나는 큰누나와 많이 싸웠다
욕도 많이해서 울렸다
작은누나는 함께산게 얼마 안돼 다툼이 많지 않았다
나도늙고 누나도늙고 세상도 늙었다
능소화 필때면 작은누이가 생각난다
시골집 사립문위로 흐드러지게 느러져 피던 화려한 꽃
가고 오고 떠나는 인생길
손자들조차 이제 다 장성해 어른이 됐으니
이제 우린 막차처럼 돌아가는 길이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인생극장의 막이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논밭농사 다 남주고나니 심심한지 매부는
뻔질나게 나를 찾는다
놀러와 처남ᆢ이제 얼마 남았다고 발길을 끊나ᆢ
와서 술한잔 허세 그려ᆢ
이렇게 다 늙고 마는게다
富子 누나가 발목을 다쳤단다
누나 조심해..
오래 사셔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