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죽은자와 산자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08. 3. 5. 15:11





        죽은자와 산자

        선릉역 길가에
        죽은 사람이 누워있다
        신문지 두장을 덮고

        나뒹구는 빈 소주병 두개는
        죽은자의 마지막 향료 인가
        그 길 위로
        산 사람들이 묵묵히 지나간다

        장의사 할아버지의 가방에는
        양주 두병이 들어있다
        토스트를 굽는 새벽 포장마차에는
        산 자들이
        게걸스럽게 꼬치오뎅을 뜯고있다

        331번 시내버스 똥구녕에서는
        일터로 가는 일꾼들이
        박터지게 쏟아져 나온다
        허연 입김을 쏟으며 영하 10˚c의 보도블럭이
        꽁꽁 얼어 붙었다
        언 땅위로 잘도 걸어가는 사람들
        의미도 없는 사람들...

        새벽 안개가 걷히자
        길가에 죽은 사람이 부시시 일어나 앉는다
        테헤란로 아침 햇살이 이마 위로
        하얗게 부서져 내린다

        죽은 사람은 여전히 누워있다
        부시시 일어났던 사람은 누구일까?

        공중에는
        수많은 빛 알갱이들이 붕붕 떠 다닌다......


        자작나무숲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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