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은 머뭇거리지 않고 지나갔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11. 14. 08:49

 





                가을은 머뭇거리지 않고 지나갔다

                 



                저녁 버스 정류장에서 몰아치는 바람에

                낙엽이 기어올라 내 뺨을 때렸다

                나는 아무 잘못도 없었고 대들지도

                않았었다

                오후에 하늘 공원에서 짙은 가을빛을

                보고 깊어가는 세상을 묵묵히 관찰했을 뿐이었다

                가을 옷은 꺼내놓고 입지도 못했으며

                양털 점퍼를 입어야 안심할수있는

                일교차가 가을을 꾸역꾸역 밀어내고 있었다

                구린내나는 은행나무 낙엽을 밟으며

                술취한 가을은 우리 전부를 유린했어

                남루한 부랑자는 낙엽을 덮고 먹태처럼 잠들었다

                아~삿보로 그 아침의 식사는 고드름처럼 식어 버렸고

                그날 내 카트 바퀴는 부서져 버렸지

                사랑도 도망가 버렸지

                그 가을은 미친듯이 소리쳤고

                공릉능선에 서릿발대신 흰눈이 펄펄

                내리고, 쌓이고, 끝내 세상을 덮어 버렸다

                가을은 그렇게 머뭇거리지도 못하고 지나쳐 버렸어

                내 뺨에 낙엽 문신을 남겨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