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이
두해쯤 크면 개장수에게 팔아
스텐 다라이도 사고 밥주발도 사고 양은 냄비도 샀다
어무이는 개팔면 다른데 쓰는게 아니고
그릇사는데 쓰는거라고 말씀 하셨다
간혹 고추장 돼지 두루치기가 저녁상에 푸짐하게
올라오는 날도 있었다
며칠 허전하다 싶으면 아부지는 시장에서 노랑탱이
개새끼 한마리를 여지없이 다시 사오셨다
이렇게 부엌 살림은 늘었지만
누렁이와는 정들자 늘 이별 이었다
누렁이가 생각나서 동네 개장국 집은 고개를
애써 외로 꼬고 다녔다
없던시절 누렁이는 살림밑천에 일부였다
우리집은 개가 잘되는 집안 이어서 날로 융성했고
동네에서 제일 부자집이 됐다
누렁이는
필시 부처였을 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