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 여인숙
창밖 하늘이 검다
곧 천둥벼락이 쏱아질 태세다
아, 이런날은 이름없는 여인숙에서 그댈안고
삼박사일 깊은 잠에 빠지고 싶다
시들대로 시든 호박잎이 다시 살아나듯
내 마디마디 세포도 되 살아나
황소걸고 힘겨루는 씨름판에 서고 싶다
관절마다 올리브 기름처럼 촉촉한 촉수들이
살아나고 풀먹인 옥양목 위로 달처럼 떠서
강물처럼 흘러가야지
곧 천둥치고 벼락 때리면 그 빗속을 걸어
명성 여인숙을 찾아 갈꺼야
방바닥엔 엷은 창살 그늘이 깔리고
벽 모서리엔 양은주전자 얹은 양은소반 하나
안으로 문고리를 걸면 철렁!
나의 꽃 무덤같은 감옥
쏟아져라 장대비여 여인숙이 떠내려 가도록
긴 잠에서 깨면 너른 바다에 누워
너의 풋내나는 옷깃을 여미어 주려니
세상이 다 떠내려와 여기 태평양 한 가운데
이 바다위에 명성 여인숙 오는 길을 너는
정녕 모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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