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명성 여인숙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9. 15. 22:49

 



                명성 여인숙


                 

                창밖 하늘이 검다

                곧 천둥벼락이 쏱아질 태세다

                , 이런날은 이름없는 여인숙에서 그댈안고

                삼박사일 깊은 잠에 빠지고 싶다

                시들대로 시든 호박잎이 다시 살아나듯

                내 마디마디 세포도 되 살아나

                황소걸고 힘겨루는 씨름판에 서고 싶다

                관절마다 올리브 기름처럼 촉촉한 촉수들이

                살아나고 풀먹인 옥양목 위로 달처럼 떠서

                강물처럼 흘러가야지

                곧 천둥치고 벼락 때리면 그 빗속을 걸어

                명성 여인숙을 찾아 갈꺼야

                방바닥엔 엷은 창살 그늘이 깔리고

                벽 모서리엔 양은주전자 얹은 양은소반 하나

                안으로 문고리를 걸면 철렁!

                나의 꽃 무덤같은 감옥

                쏟아져라 장대비여 여인숙이 떠내려 가도록

                긴 잠에서 깨면 너른 바다에 누워

                너의 풋내나는 옷깃을 여미어 주려니

                세상이 다 떠내려와 여기 태평양 한 가운데

                이 바다위에 명성 여인숙 오는 길을 너는

                정녕 모르겠니……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생애  (0) 2019.09.17
그대라는 섬 13  (0) 2019.09.16
당신이라는 섬 12  (0) 2019.09.15
그대의 그 섬 11  (0) 2019.09.13
그대의 섬 10  (0) 2019.09.12